아름다운 날들 600

새들반점

정훈 문학평론가께서 첫 시집을 냈다. 타이틀은 '새들반점'(함향, 2022). 시인으로서의 데뷔작이자, 출판사 함향에서 펴낸 첫 번째 시집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선도(鮮度)가 높다. 여기에는 전 3부에 걸쳐 60편에 이르는 시가 실려 있다. 위선(爲先) '동광동', '연산동', '보수동', '덕천동', '부평시장' 등의 시적 공간이 친숙하다. 더구나 '빈대떡', '막걸리', '명태찌짐', '멸치쌈밥', '시락국' 따위의 먹거리 소재도 친근하다. 말하자면, 시인은 앞서 시적 공간을 즐겨 순례했고, 그곳에서 먹었던 음식들이 시의 주요한 소재가 되었다. 거기서 보고 듣고 먹고 느낀 바를 기록했을 터다. 예컨대 표제작 '새들반점'도 그러하다. 아흔도 거뜬히 넘긴 듯한 노파가 반쯤 접힌 몸을 지팡이에 의지한 ..

아름다운 날들 2022.05.30

독거소녀 삐삐

최정란(崔貞蘭) 시인께서 근작시집 '독거소녀 삐삐'(상상인, 2022)를 보내주셨다. 시집에는 총 4부에 걸쳐 60여 편의 시가 실려 있다. 먼저 눈길이 가는 것은 표제였다. '독거노인'이 아닌 '독거소녀'에다 '삐삐'도 '말괄량이'가 아닌 까닭이다. 의도가 무엇인가? 처음부터 끝까지 읽었다. 때론 가볍게, 때론 무겁게. 그러나 밤늦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도통 감이 잡히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오민석 평론가의 해설을 훔쳐 보기로 했다. 과연! 평론가의 해석은 남달랐다. 그는 서두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었다. "이 시집엔 깔깔대며 세계의 지붕에서 미끄럼 치는 명랑, 발랄한 소녀들의 언어가 있고, 그것들의 배후에서 사선(射線)으로 내리는 비처럼 우울한 슬픔의 언어가 있다. 이 두 개의 언어는 별개가 아..

아름다운 날들 2022.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