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날들 600

그대를 그리웁다?

부산문화회관 주최로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이 특별연주회를 갖는다고 한다. 그런데 광고물 타이틀이 "그대를 그리웁다"로 씌어져 있다. 그대를 그리웁다? 뭔가 이상하다. 조사(助詞)를 잘못 붙인 것이다. 고쳐 쓴다면 '그대가 그립다'거나, '그대를 그리워 한다'고 해야 옳다. 공공기관(혹은, 공공단체)에서 공공언어를 제대로 쓰지 못한다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다. 그것도 '특별' 연주회의 타이틀에! '스타프로젝트'에 나서는 '스타'의 얼굴은 또 얼마나 부끄러울 것인가? 이것은 해당 연주회의 포스터와 팸플릿은 물론 여타 광고물, 급기야 언론에까지 그대로 나올 것이다. 공공기관 및 단체의 각성이 필요하다. 차제에, 발 빠른 개선을 촉구한다. 2021. 6. 30 음악평론가 김창욱 ※ 참고사항

아름다운 날들 2021.06.30

어떤 풍경

2018년 3월 24일, 앙상블 프로무지카가 가덕도에서 노을음악회를 열었다(4시 30분 외양포 전망대). 100여 년 전, 일제는 이곳 대항마을을 대륙침략의 전초기지(前哨基地)로 만들고 일본군 사령부를 주둔시킨 바 있다. 따뜻한 봄날, 어쩌면 땡볕이 내리쬐는 더운 봄날이었는지도 모른다. 멀찌감치 외양포가 보이는 전망대에서는 리허설이 한창이었다. 그 무렵 나는 포진지를 순례하고 있었고, 주변에는 이제 막 봄풀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중년 여인 셋이 나물을 캐러 가는 듯 언덕빼기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 전망대에서 음악소리가 들려왔다. 한 여인이 말했다. “무슨 소린공?” 다른 여인이 말했다. “무슨 음악회 같은 거 한다던데?” 다시 그 여인이 말했다. “누가 오는공?” 다시 다른 여인이 말했다. “몰라, 무슨..

아름다운 날들 2021.06.20

가곡집 '동행'

어제, 작곡가 백승태 선생님으로부터 자작 가곡집 '동행'(코레드, 2018)을 증정 받았다. 세 번째 가곡집이다. 여기에는 주옥같은 창작곡 40편이 실려 있다. 오랜 고력(苦力)의 산물이다. 사실 그는 가곡 전문 작곡가라 할 만하다. 시(詩)를 감별할 줄 아는 미시적 심미안(微視的 審美眼)을 가졌을 뿐 아니라 그에 걸맞는 섬세한 선율과 반주를 뽑아내는 역량이 빼어나기 때문이다. 최근 그는 동길산 시인의 '꽃 몸살'에 선율을 얹었고(제28회 짜장콘서트, 2021. 6. 5 동아대석당박물관) 제1가곡집 '들국화'(음악춘추사, 2003)에 이어 제2가곡집 '산의 마음 어머님'(음악춘추사, 2009)을 이미 펴낸 바 있다. 그의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이름을 누군가 불러주어야 하리. 2021. 6. 6 들풀처럼 ..

아름다운 날들 2021.06.06

만년필 선물

오늘은 어버이날. 이를 즈음해서 선물을 받았다. 만년필(萬年筆)이다. 100년도 못 사는 인생이건만, 만년이나 쓸 수 있단다. 그러나 나같은 문사(文士)에게는 몸에 꼭 맞는 물건이 아닐 수 없다. 내 강생이들, 삼녀(三女)가 십시일반(十匙一飯) 모아서 마련한 것이다. 이 어찌 기특하고 갸륵한 일이 아니랴? 내 어찌 오랑우탄보다 낫다고 말하지 않을 수 있으랴? 2021. 5. 8 들풀처럼 삼녀작명기(三女作名記) 내 무릎팍에 딸이 셋 있다. 2000년 2월에 첫녀 다슬, 2002년 4월에 둘째녀 다봄, 2005년 7월에 삼녀 다여름이 세상의 빛을 보았다. 당초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오누이나 낳아 오손도손 잘 살아보려 했 blog.daum.net

아름다운 날들 2021.05.08

어리석은 여행자

김수우 시인께서 자작 산문집 '어리석은 여행자'(호밀밭, 2021)를 보내주셨다. 책자(冊子)가 가볍다. 시(詩)보다 간결한 까닭에 그다지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을 듯하다. 감사의 마음으로 열심히 읽어 볼 참이다. 한편 김 시인의 '눌'(訥)이 최삼화 작곡가의 선율에 얹혀, 오는 11월 짜장콘서트 무대에 올려질 예정이다(6일 동아대석당박물관). 부산 초연이자, 대한민국 초연이며, 세계 초연이 되는 셈이다. 2021. 5. 6 들풀처럼 잎진 자리마다 돋은 겨울눈 풀거미집에 쪽문을 다는 봄안개 다 내 안의 말들입니다 말을 안에 넣어두니 하늘이 조용합니다 그대에게 닿지 못한 말은 그냥 소리라 어제의 인사는 그대 안에 다다를 때까지 빗살무늬를 긋는 바람일 뿐 그립습니다, 한 생각 수천 리를 돌아 그대에게 닿고서..

아름다운 날들 2021.0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