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날들 603

아버지의 산수연

어제, 아버지의 산수연을 열었다(2017. 4. 1 저녁 6시, 서면 유원O/T 20층 터존뷔페). 산수연(傘壽宴)이란, 80세의 생신을 축하하는 의식. 행사는 조촐했고, 쉰 세대 자식들이 귀염을 떨었다. 내가 쓴 '아버지를 위한 헌사'가 누이에 의해 낭독되기도 했다. 2017. 4. 2 들풀처럼. 아버지를 위한 獻辭 인생에는 다섯 가지 복이 있다고 합니다. 흔히 오복(五福)이라 하지요. 오래토록 사는 것, 부유하고 풍족하게 사는 것, 건강하게 사는 것, 남에게 덕을 베풀며 사는 것, 그리고 고통 없이 죽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누구나 이 모두를 다 갖기 원하지만, 비록 두어 개만 가져도 실로 복 있는 사람이라 하겠습니다. 아주 오래 전, 스물 네 살 짜리 총각이 스물 세 살짜리 처녀를 만나 혼사를 치..

아름다운 날들 2017.04.02

밥에 대한 단상

황사바람 부는 거리에서 전경들이 점심을 먹는다. 외국 대사관 담 밑에서, 시위군중과 대치하고 있는 광장에서, 전경들은 땅바닥에 주저앉아 밥을 먹는다. 닭장차 옆에 비닐로 포장을 치고 그 속에 들어가서 먹는다. 된장국과 깍두기와 졸인 생선 한 토막이 담긴 식판을 들고 두 줄로 앉아서 밥을 먹는다. 다 먹으면 신병들이 식판을 챙겨서 차에 싣고 잔반통을 치운다. 시위군중들도 점심을 먹는다. 길바닥에 주저앉아서 준비해 온 도시락이나 배달시킨 자장면을 먹는다. 전경들이 가방을 들고 온 배달원의 길을 열어준다. 밥을 먹고 있는 군중들의 둘레를 밥을 다 먹은 전경들과 밥을 아직 못 먹은 전경들이 교대로 둘러싼다. 시위대와 전경이 대치한 거리의 식당에서 기자도 짬뽕으로 점심을 먹는다. 다 먹고 나면 시위군중과 전경과 ..

아름다운 날들 2017.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