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날들 603

부추꽃 피고 지고

부추꽃 피고 지고 어언 쉰 해 지났네 꽃다운 내 시절도 나 몰래 저물었네 꽃 지고 꽃 피는 일을 이제 겨우 알겠네. 어제, 대저 본가에 들렀더니 부추밭에 꽃이 만발하다. 새하얗게 흐드러진 꽃더미를 볼라치면, 눈알마저 화안히 밝아온다. 앞의 것은 「부추꽃」이라는 제목의 시조다. 울 엄마가 썼다. 엄마는 올해로 7학년 7반에 재학 중이시다. 부추는 봄·여름 우리 식구를 먹여 살린 채소다. 마땅히 효자식물이라 할 만하다. 한편, 부추는 남성의 정력에 탁월한 효능이 있다. 그래서 경상도에서는 '정구지'(精久持)라 불린다. 정기가 오랫동안 유지된다는 의미다. 더구나 부추는 '월담초'라는 별칭도 갖고 있다. 이걸 먹고 넘쳐나는 정력을 주체하지 못한 사내가 과부집 담장을 훌쩍훌쩍 뛰어 넘는다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어..

아름다운 날들 2015.08.24

새 차를 뽑다

새 차를 뽑았다. 아반떼 모던 최신형이다. 안에는 새 차 특유의 내음이 풋풋하고, 밖의 색상과 날렵한 디자인도 좋다. 헌데, 무슨 돈으로 샀냐고? 혹자는 어딘가 꼬불쳐 놓은 돈이 있었겠지, 남 몰래 돈 좀 번 모양이겠지라고 여길지 모르겠다.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나는 한결같은 빈털터리에 빚쟁이 신세다. 그런 내가 돈은 무슨 돈? 하해(河海)와 같이, 넓고 깊은 아량을 가진 큰형이 냉큼 하나 뽑아준 거지. 나이 오십줄에 들어서도 여전히 꽁무니 짧은 프라이드나 클릭을 몰고 다니는 꼬락서니가 자못 측은했던 모양이야. 하기사 그렇게 생각해도 무리는 아니지. 지금껏 내가 탔던 차들이 나의 고단위 품격을 도저히 따라오지 못했거든! ㅎㅎㅎ 지인들이여, 곧 나는 아반떼 모던 최신형을 끌고 대로를 질주해 볼 참이야. 그..

아름다운 날들 2015.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