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5·18 거리에 넘치던 분노의 물결 오늘, 뜨거운 대지를 비가 적신다. 2013. 5. 19 들풀처럼. 김광석이 노래하는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김목경 작사·작곡) 가볍게 걸어가고 싶다, 석양 비낀 산길을. 땅거미 속에 긴 그림자를 묻으면서 주머니에 두 손을 찌르고 콧노래 부르는 것도 좋을 게다. 지나고 보면 한결같이 빛바랜 수채화 같은 것. 거리를 메우고 도시에 넘치던 함성도, 물러서지 않으리라 굳게 잡았던 손들도. 모두가 살갗에 묻은 가벼운 티끌 같은 것 수백 밤을 눈물로 새운 아픔도, 가슴에 피로 새긴 증오도, 가볍게 걸어가고 싶다, 그것을 모두 땅거미 속에 묻으면서. 내가 스쳐온 모든 것을 묻으면서, 마침내 나 스스로를 그 속에 묻히면서. 집으로 가는 석양 비낀 산길을. - 신경림,..